{ Our Eschatology } - 단편소설 - '노래를 소설로 만들어드립니다' No.1 - [ Xdinary Heroes - Until the end of time ] - 신청자: @Keeper_of_The_Night - 음원 출처: https://youtu.be/5i58Bz04pO0?si=tyKPyDRY7uVCePNb
[ Our Eschatology ] 일기를 쓰는 건, 시간이 지나야 가능한 것이었다. 시간이 흐르지 않고, 오늘 이 순간만 존재했더라면 일기를 쓰는 의미가 없지 않았을까. . . . 나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불러줬던 너는, 내 생일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라고 불러줬다. 나는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. 나를 특별하다고 불러준 너가 내겐 더 특별한 사람으로 보였다. 그렇게 너가 '가장 특별한 날'이라고 불러준 그 날, 너는 내게 일기장을 주었다.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해달라고, 너는 그리 말했다. 나는 글 쓰는데에 소질이 있진 않다.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, 너가 한 말 그대로... 우리가 만난 날들, 우리가 함께한 날들을 적어갔다. . . . 지나가듯 언젠가 너는 내게 말했었다. '일기장을 다 쓸 때 즈음이면 우리가 헤어져야 할까?'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나는 묻지 못했다. 묻지 말라는 듯이,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입은 열리지 않았고, 목이 메었다. . . .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쓴 날. 그 날은 신기하게도 다시 나의 생일이었다. 너는 내게 일기장을 또 다시 주었다. 왜 또 일기장이냐는 내 질문에, 너는 일단 펼쳐보라는 말만 했지. 그 안에는 글씨가 이미 빼곡하게, 단 한 장도 빠짐 없이 적혀 있었다. 너의 그 반듯한 글씨로... 너도 나와 함께한 날마다 일기를 썼었다. 나는 일기장을 덮으며 너가 사온 케이크를 보았다. 어떻게든 특별하게 만들겠다는 식으로 꾸며진 케이크. 그리고 작년 보다 촛불이 한 개 더 늘어나 있는. 촛불에 붙은 불이 늘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. 눈이 아팠던 것은, 눈가가 붉게 물든 것은 불빛에 눈이 아파서라고, 그리 말하고 싶었다. 소원을 빌며 촛불을 끌 때, 나는 이리 생각했던 것 같다. '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멈추게 해주세요.' 내 나이 수 만큼, 우리가 함께했던 햇수 만큼 꽂혀 있던 촛불들이 내 숨결에 꺼져갔다. . . . 다음 날, 한 장도 빠짐 없이 우리의 글씨로 채워진 일기장을 펼쳐보았다. 같은 날, 같은 시각, 같은 일을 서로 다른 시점으로, 그러나 서로의 최선을 담아 가장 애틋하고 그 순간 그대로를 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었다. . . . 촛불을 끄며 빌었던 그 소원. 시간이 멈추게 해달라고. 그래,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. 우리의 시간은. 너의 시간은 멈추었고, 그와 함께 나의 시간도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. 이젠 알았다. 우리는 영원할 수 없었다는 것을. 너를 그리워할 수록 시간은 더 잔인하게 흐른다는 것을. 그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만 간직해야 한다는 것을. . . . 나는 너의 일기장의 표지, 가장 구석진 곳에 써 있는 글씨를 발견했다. 'Our Eschatology' 우리의 종말론. ... 아무것도 몰랐었다. 지금도 알지 못한다. 하지만 이것만은 안다. 우리는 정말로, 종말했다. ________________ [ Xdinary Heroes - Until the end of time ]